나의 일상

딸 아이로부터 보게된 학교 왕따 문제의 작은 해결책

추억의오르골 2012. 5. 1. 14:57

 

저에게는 6학년 아들과 5학년 딸, 11녀가 있습니다.

 

이 아이들을 낳은지 엊그제 같은데 정말 많이 컸습니다.

두 아이 모두, 아기 때 열이 펄펄나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던 일, 2002년 월드컵 3, 4위전 경기를 하던 날도 병원 응급실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축구 경기를 TV 로 시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. 또 머리를 뾰족한 곳에 부딪혀 꿰메었던 일,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엄지 손가락 성장판 골절을 당했던 일 등... 영화의 필름처럼 스쳐가며 아이들을 키웠왔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.

 

모든 부모님들이 마찬가지겠지만, 우여곡절 끝에 이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게 되고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스스로 자신들이 부딪히는 사소한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될 때, 또 이제 사춘기에 진입하는 소년, 소녀의 모습과 냄새가 풍겨나면 그제서야 부모의 마음이 든든해집니다. ‘이제는 다 키웠구나.’ 라는 만족감과 안정감과 함께.

 

그러나 학교 생활 중에 부모들의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깁니다. 혹시 우리 아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? 왕따의 문제를 걱정하게 됩니다. 최근 제 딸 아이 반에 그 문제가 생겼습니다. 또래 아이들보다 약간 몸집이 뚱뚱한 아이가 같은 반에 있나 봅니다. 다른 아이들이 외모에 대해 놀려, 어린 마음이 많이 상해 엄마에게 얘기를 했고, 급기야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기 위해 학교에 찾아오셨다고 합니다. 선생님은 반 아이들한테 친구를 놀리고 따돌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 전체에게 주의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.

 

 

 

 

제 딸이 이야기 합니다. 그 아이에게는 아빠가 없다고 합니다.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일과 육아를 같이하시는 것, 안보아도 얼마나 힘이 들지 눈에 선합니다. 그 엄마 마음에는 아빠가 없다는 것 때문에 아이가 기죽을까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.

얼마 전 그 아이의 생일잔치가 있었습니다. 물론 우리 아이도 초대를 받았지요. 보통 생일 잔치는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 오후에 많이 합니다. 그런데 하필이면 초대 받은 그 날이 마침 우리 가족이 섬기고 있는 교회 주일학교에서 자전거를 타러 야외로 나가기로 계획되어 있는 날이었습니다. 저는 아이 아빠로서 웬만하면 주일학교 행사에는 빠지지 마라고 합니다. 하지만 이번엔 딸 아이의 속 마음을 들으면서 그 친구의 생일 잔치에 가는 것을 흔쾌히 기뻐하였습니다. 아빠, 생일 잔치하는 친구는 친구가 많지 않아. 뚱뚱하다고 놀림도 받고그런데 나 마저도 생일 잔치에 가지 않으면 오는 친구가 없을 것 같아. 친구들이 많이 안가면 슬퍼할거야. 그리고 걔는 아빠도 없어.” 저는 그 결정을 존중해 주었습니다. 딸 아이의 말이 열 번 생각해도 맞으니까요.

 

학교 왕따 문제는 어떤 제도나 인위적인 대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.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, 어리다고 하지만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따돌림에 대한 옳은 생각을 갖게 만들어 왕따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입니다.

 

제 딸의 친구를 위하는 넓은 배려와 그 마음이 너무 예뻤습니다. 학교 왕따 문제는 우리 아이들 스스로가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.